나이가 들수록 가장 두려운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알츠하이머병(치매)입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안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치매 예방과 뇌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혁신적인 기기를 개발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과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유승협 교수 공동 연구팀이 그 주인공인데요, 이들이 공동 개발한 '투명 OLED 스마트 안경'의 원리와 기대 효과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왜 '빛'과 '스마트 안경'일까? (감마파의 비밀)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 우리 뇌의 여러 영역 간에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 약해집니다.
이때 기억력이나 주의력 같은 인지기능과 관련된 뇌파인 '감마파(Gamma wave)'의 활동에도 변화가 발생하게 됩니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이 점에 착안해, 특정 주파수로 깜빡이는 빛을 눈에 쬐어주어 뇌의 감마파 활동을 유도하는 '비침습적 뇌 자극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술이나 약물 없이 빛만으로 뇌의 인지 기능을 깨우는 원리입니다.
2. 기존 기술의 치명적 한계를 깬 '투명 OLED'
사실 기존에도 OLED 패널을 안경에 부착해 뇌에 빛 자극을 주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바로 패널이 불투명해서 시야를 꽉 막는다는 것이었죠. 안경을 쓰면 앞이 보이지 않으니 어두운 공간에 가만히 앉아 치료만 받아야 했고, 일상생활과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 안경은 주변 환경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투명 OLED'를 적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 빛 투과율 75%: 안경을 쓴 상태에서도 주변 사물과 환경을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 화면 밝기 균일도 90% 이상: 안경 렌즈 전체에서 빛이 고르게 뿜어져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밥을 먹거나 산책을 하는 등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뇌 자극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3. 놀라운 임상시험 결과: 뇌 연결성 증가 및 편안한 착용감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이 안경의 효과를 시험했습니다.
주변광(주변의 밝은 빛) 유무와 투명·불투명 안경을 조합해 뇌 활동을 분석한 결과는 무척 긍정적이었습니다.
활발한 감마파 반응: '투명 OLED 안경'을 착용하고 '주변광이 있는 환경(일상 환경)'에서 사용할 때, 빛의 깜빡임에 맞춰 뇌의 감마파가 가장 뚜렷하게 동조(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뇌 영역 간 통신 활성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에서 인지기능을 관장하는 전두엽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정도 역시 해당 조건에서 가장 활발했습니다.
우수한 착용감: 참가자들은 일상 환경에서 투명 OLED 안경을 썼을 때 눈부심이나 눈의 피로를 가장 적게 느꼈다고 평가하여, 웨어러블 기기로서의 편의성까지 입증했습니다.
4. 안경 하나로 뇌를 관리하는 시대가 온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되며 학계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번 임상 시험은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아닌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이기 때문에, 당장 치매 예방이나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100%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또한 빛 자극 후 감마파 반응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단기적인 효과 위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 대상을 확대해 실제 인지기능의 변화와 안전성 등을 본격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기웅 교수의 말처럼, 머지않은 미래에는 병원 방문이나 거창한 특수 장비 없이 단지 일상에서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는 것만으로 뇌 기능을 꾸준히 자극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IT 기술과 의학의 만남이 만들어갈 놀라운 내일이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