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발굽길 5코스
창선대교 (3.0km)- 추 섬 공원(1.7km)- 부윤(2.5km)-보현사(2.0km)-장포(1.0km)-대곡(1.0km)-적량마을. 총거리 12.0km, 걷는 시간 4시간 30분 내외. 난이도 별 3. 남단 말발굽 길은 남해 본섬을 떠나 남해에서 두 번째 큰 섬인 창선도 가장자리에 있다. 명칭은 고려시대 때 군사용 말을 사육한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실제 중종실록, 진주목읍지 등 역사 서적에 창선면 적량 일대에 880마리 규모의 말 사육장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곳은 만곡진 바다, 원형의 장포항을 따라 도보의 여유가 느껴지고 고즈넉한 추 섬 공원의 산책이 꽤 낭만적이다. 추 섬은 과거 섬이었으나 방파제로 연결되면서 육지화되고 남 파랑길과 바래길을 걷는 사람들이 오갈 뿐이지만 나름대로 공원을 조성하고 산책로를 정비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아미산이라고도 부르는 남방 봉 185m 중턱에는 보현사가 있고, 이곳에 서면 멀리 말발굽일 기점인 적량마을의 빨간 등대와 해안이 눈에 들어온다. 창선면에는 말발굽일 외에도 고사리 밭길 코스 동대만길코스 3개코스가 지나간다. 창선면 인구는 5500명 수준으로 남해군의 면 지역 중 가장 많은 인구수를 지키고 있으며 농촌을 떠나 도회지로 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인구 감소 폭이 낮다. 바래길은 지족해협을 건너 창선도로 넘어가면서, 지족을 가로지르는 창선교 위에서 바다에 세워진 죽방렴을 가깝게 볼 수 있다. 창선교는 30년 전인 1992년 7월 30일 오후 5시 20분께 이 다리 교각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입었는데. 당시 부족한 사업비로 시공사가 3차례나 바뀐 끝에 준공됐는데 완공 시부터 날림공사 문제점이 지적됐다. 붕괴하고 후 3년 뒤인 1995년 12월 20일 기존 교량에서 남해 방향으로 50m 이동해 새 창선대교를 건설했다... 창선대교를 건넌 후 지족마을 1박 2일 펜션 앞을 지나 국도 동부대로에 다시 올라선다 오름길 끝에 있는 창 선 건어물도 소매장 앞을 지난다. 이 고개를 넘어서 다시 국도를 벗어나 당 저 2리 마을로 내려가면 좌측은 당저1리 마을, 정면 바다 쪽에 있는 섬이 추도, 바래길은 섬을 잇는 방파제를 따라 추도로 다가간다. 조선시대 거제와 남해도 해안 일대에서 특산물인 문어 미역 해삼 등 수산물을 모아 배에 싣고 서해안으로 북항 해 경기도 인천 연안, 한강을 거쳐 노량진으로 입항해 조정에 바쳤는데 싣고 가던 돛단배가 풍랑을 만나 침몰하고 조공이 나라님 게 무사히 도착하기를 빌면서 제를 올렸는데. 제를 올리던 당집, 그 당집이 있는 산 아랫마을을 ‘당저’(당저1리)라고 불렀다. ‘해창’은 조공을 바치기 위해 곡물을 쌓아두던 창고, 사람들은 그냥 해창마을이라고 불렀다. 이는 다시 당저2리로 바뀌었다. 해안을 따르면 구도마을이 나오고 자연마을 중 하나의 촌락인데, 현재는 분동 돼 부윤2리라 하지만 주민들은 마을 앞 섬 이름을 따라 구도마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곳에는 임진란 전부터 토성과 굴상을 만들어 수병을 훈련한 곳이다. 1906년 행정구역 개편 시 수산과 부윤으로 갈렸다. 부윤은 ‘부자로 윤택하게 살라’는 의미라고 한다. 해안가를 따라가다 산으로 오르면서 이, 때부터 바래길은 장포항까지 약 4㎞까지 산길이다. 웅덩이가 발달한 볏논 들녘 너머 산 사면에 나무들 대신 태양광 패널이 들어차 있다.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산의 상당한 부분 수목을 베어내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인지, 자연을 훼손하는 일인지는 아직 논란이 많다. 다만 나무를 자르고 민둥산을 만든 뒤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미관상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아미산 혹은 남방 봉으로 들어서는 산은 해안가의 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소나무 등 숲이 울창하다. 일조량이 많은 섬의 특성상 이 산도 언젠가 태양광 패널로 덮이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산신각을 두고 있는 산중 암자 보현사가 나오고, 암자 앞 공터에서 보는 조망이 꽤 볼만하고 좋다. 적량마을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다. 산에서 내려와 닿는 곳은 장포항. 해안이 원형으로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해안 쪽 장군산에 ‘사우스 케이프’라는 골프장이 성업 중이다. 거북처럼 생긴 지형 위에 누대들, 해안에 모상개해수욕장이 명물인데 럭셔리 한 골프장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쉽지 않다고 한다. 장포항을 지나 대곡마을, 폐교된 학교는 진동초등학교이다. 지금은 ‘해 울림’이라는 도농교류센터로 바뀌어 있다. 아담했던 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학교 형태가 많이 변했다. 타지역의 폐교는 대부분 방치되는 것과는 달리 그나마 남해지역은 폐교를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만들거나 청년들의 창업 공간, 카페 등으로 탈바꿈한 것이 특징이다. 진동초등학교 터 교적 비가 과거 초등학교였음을 알려줄 뿐이다. 73년 전인 1949년 12월 15일 개교 후 졸업생 1243명을 배출한 뒤 1994년 3월 폐교했다. 말발굽일 기점 적량 해 비치 마을에는 보건소와 식당이 들어서 있고 해안에는 요트 계류장이다.
죽방멸치길 6코스
물건마을(0.7km)-물건리 방조어부림(2.5km)-내 동천(2.4km)-둔촌(2.2km)-전도(2.1km)-창선교 남단(지족). 총거리 9.9km, 걷는 시간 4시간 내외. 난이도 별 2. 죽방멸치길은 남해 바래길 총 16개 코스 중 비교적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코스이다. 1코스 읍내 바라오시다 길, 2코스 비자림 해풍 길, 별 1개를 제외하고 그다음으로 안정된 길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편안한 걸 떠나 꿈같이 환사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물건방조어부림끼리 있어 꼭 걸어봐야 할 곳의 하나이다... 바닷가 해안을 따라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등 1000여그루에 달하는 울창한 숲이 조성돼 있어 싱그러울 뿐 아니라 아름답기 까지 하다... 통영과 거제도 섬들 사이 동해에 떠오르는 일출 장면도 멋진 곳 중의 하나이며, 주로 상에 있는 죽방렴 곁을 걷다 보면 시간의 역전을 경험할 수 있다. 자그마치 500년 전 아버지의 아버지, 그의 아버지는 이곳 죽방렴에서 바닷고기를 잡아 올렸다. 지금 당신의 아들들이 예와 조금도 다름없는 방식으로 바닷고기를 잡아 올린다. 당신의 재빠른 손, 등 허리를 타고 흐르는 땀도 그때 그대로이다. 선인들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아버지의 바다이다. 이외 남해청소년수련원,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화천이 특징적이다. 오전 9시 30분, 독일마을 앞대로 3번 국도변이 출발점이다. 바래길 앱을 켜면 곧바로 마을 아래 물건방조어부림 방향으로 안내해준다. 천연기념물 150호 물건방조어부림이 눈앞에 들어온다. 바닷물이 넘치는 것을 막고 농지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숲인데. 함양 상림, 하동 송림이라면 남해에는 물건방조어부림이다. 물고기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고기떼를 유인하는 역할도 한다. 17세기에 조성됐으며 방조림과 어부림 역할을 동시에 해 방조어부림이라고 한다. 길이 750m, 너비 40m 나무 높이 15m이다. 낙엽수인 팽나무, 푸조나무, 참느릅, 말채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무환자나무, 상록수인 후박나무가 주류다. 19세기 말, 숲에 있는 나무 일부를 무단으로 베어냈다가 그해 폭풍이 닥쳐 마을이 큰 피해를 당한 일이 있다. 그래서 이 숲을 해치면 마을이 망한다는 말이 구전돼 사람들은 이 숲을 신주 모시듯 한다. 지금도 큰 이팝나무를 마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매년 음력 10월 15일 제사를 지내면서 안위를 빌고 있다. 2006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유한킴벌리 주최로 열린 ‘잘 가꾼 자연 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1㎞에 달하는 숲길을 걸어가면 몸과 마음이 힐링이 된다. 바닷가를 걷는데 바다가 잘 안 보이고 산속을 걷는 듯한 마법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묘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숲을 벗어나 독일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산등성이를 넘어가면 오른쪽 산 중턱 전망 좋은 곳에 우뚝 선 중형호텔이 눈에 들어오고, 물건마을, 물건항, 일출 등 조망권이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언덕을 넘어가면 내 동천마을인데 회관 앞에 370년 된 느티나무에 반긴다. 출발 1시간 만에 꽃 내 중학교 옆 논길을 따라간다. 논 가에 있는 웅덩이는 물이 많지 않은 남해사람들의 지혜로운 농사법 중 하나로, 비가 내릴 때 웅덩이에 물을 가뒀다가 갈수기 때 퍼 올려 논물로 활용했다. 3번 국도를 만나 100여m 정도 걷다 보면 동천교 위를 지나게 되는데 아래에 흘러가는 시냇물이 지방하천 화천이다. 바래길은 이때부터 바다에 닿을 때까지 이 화천 변 논길을 따라간다. 화천은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남해 유일의 민물 계곡으로 남해인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앞선 화전별곡 길 나비생태공원 주변에서 만난 계곡이 이 화천의 원류다. 이 물길이 굽이 돌아 삼화 천과 합수하고 이곳을 지나 1.5㎞를 더 흘러 바다로 들어간다. 이 구간에 바다와 내륙의 민물을 오가는 어류가 주로 서식하는데 바다 쪽에는 조개류와 복어, 바닷고기가 있지만 내륙 쪽에는 장어, 은어, 황어, 참게가 서식한다. 요즘은 물고기가 줄었지만 30∼40년 전만 해도 맨발로 물에 들어가면 장어와 은어가 발에 채고 손에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곳에서 잡히는 장어의 고향은 필리핀 심해,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해구이다.
장어는 민물 남해에서 성체가 된 뒤 산란을 위해 수만㎞의 길고 긴 여행 끝에 필리핀 먼바다 심해로 들어가 새끼를 낳는다. 깊이는 1만1034m, 기압 1만6000psi에 달하는 곳에서 짝짓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끼는 다시 모천인 남해로 조류에 의해 떠밀려와 어미로 성장한다. 장어의 일생은 그야말로 신비로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수련원을 관통해 두 번째 동산을 넘어가면 드디어 지족해협이 나타난다. 해안선을 따라 바다 쪽으로 나갔다가 다시 내륙으로 들어오기를 몇 차례, 출발 3시간이 넘 은 12시 52분께 죽방렴 관람대 앞을 통과한다. 한국의 자연유산 죽방렴은 지족해협의 급한 물살을 이용한 전통어로 방식인데 ‘대나무 어사리’라고도 한다. 좁은 바다 물목에 참나무 지지대 300여개를 갯벌에 박아 대나무 발을 조류가 흐르는 방향과 거꾸로 해서 V자로 벌려 설치한다. 목이 좋은 곳에는 V자형이 두 개가 겹쳐져 W형 자도 있다. 조수 간만으로 인한 물살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를 원형의 임 통에 가둬 잡는다. 조선 예종 원년 1469년에 편찬한 경상도 속찬지리지 남해현조편에 방전(죽방렴)에서 석수에(조기), 홍어, 문어가 산출된다는 기록이 있다. 죽방렴은 현재 지족해협에 약 23개가 설치돼 있으며 이를 이용해 5월에서 7월 사이 고기를 잡는다. 직접 관람할 수 있는 데크 시설이 돼 있어 다가가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지족해협의 자연경관과 우리나라 전통어로 방식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명승으로 지정됐다. 종착지인 삼동면에는 인근에서 잡은 멸치로 조리한 음식점 멸치 쌈밥 거리가 유명하다. 갈치구이와 조림도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