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별곡길 7코스
화전별곡 길은 주황색 지붕을 가진 집들이 이국적인 독일마을을 지나며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탐아내며 시작된다. 1960년대 그들의 수고가 바탕이 돼 우리나라는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는 미조항을 한 바퀴 돌아 회귀했던 섬 노래길(8코스) 기점 천하마을에서 출발한다. 이번에는 도로가 아닌 가마 봉(453m)산 방향으로 올라간다. 총 주행거리 17㎞ 중 절반 정도가 이 가마봉을 오르내리는 임도 산행이고 나머지는 들길 혹은 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 주행이다. 덥다 못해 뜨거운 폭염 속에 편백 숲속 임도를 걷는 것은 강렬한 햇빛을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양 어떻게 피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나마 지열이 푹푹 올라오는 도로 위를 걷는 것보다는 위안이 된다. 이화 전결 곡길에서는 남해 섬이 넓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가마봉 줄기 정자에서 좌우에 펼쳐지는 산과 바다를 굽어보면 이곳이 섬이 아니라 대륙의 한조각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첩첩산중이다. 화전별곡 길 이름은 화전은(花田)(花田) 경북 의성군에 있는 땅이름이고 자생지로서 ‘만발한 꽃밭’을 이룬 데서 붙여졌으며 조선 중기 김구가 남해 유배할 때 아름다운 풍경과 감회를 읊은 6장의 별곡체. 김구는 산천이 수려하고 뛰어난 인물을 많이 배출한 남해를 위대하다 했다. 시작지는 천하마을(6.3km)-편백숲임도(2.8km)-나비생태공원(0.4km)-바람흔적미술관(1.6km) 내산(3.5km)-봉화(1.4km)- 독일마을(1.0km)-물건마을. 총거리 17km, 걷는 시간 6시간 30분 내외, 난이도 별 3. 천하마을이라는 대형입석을 지나 왼쪽으로 틀어 가마봉 산 쪽으로 산재한 독가촌 너머 먼 곳에 남해 금산의 화강암 바위 지대가 펼쳐진다. 금산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것은 허연 화강암과 범상치 않은 자위군의 생김 때문이다. 특히 큰 낭떠러지에 위태롭게 걸려 있는 독특한 형태의 상사 바위가 독보적이다. 임도를 따라 걸어가면 산마루에 움푹 파인 곳에 서 있는 정자가 남해지맥 상 이름 없는 고개이자 산마루인 것 같다. 첫 번째 만나는 천하 저수지, 상수도 보호구역답게 깨끗해 보인다. 여기에서부터 8㎞ 구간까지 탈출로가 없는 임도임을 알리는 입간판을 따라 구불길을 걷는다. ‘97임도’는 남해군 봉화 면에서 미조면 송정을 연결하는 것으로 97년 완공했다는 의미를 뜻한다고 한다. 금산 보리암 건축물이 보인다. 고사리와 같은 양치류가 나지막하게 깔린 산어귀에 편백 군락이 무성하다. 거대한 편백숲의 바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의 이국적인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난다. 출발 후 1시간 20분 만에 팔각정자가 있는 정상에 닿는다. 남해지맥이 지나가는 이 산행코스로 남해인들 뿐 아니고 산행 인들의 좋아하는 곳이다. 멀리 금산 쪽 보리암 오른쪽에 최대의 바위군 순천 바위가 거대함을 드러낸다. 먼 곳인데도 화강암 규모가 워낙 커서 위압감이 들 정도다. 실제 높이가 80m에 이른다고 하는데. 정상에 서면 순천이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단다. 바다 쪽 여수나 일본 대마도가 조망이라면 이해가 빠르겠는데 굳이 여수를 피해 순천이라고 한 걸 보면 필시 무슨 사연이 있을 듯하다. 내 산 초등학교 혹은 내 산 편백자연휴양림에서 오를 수 있다. 산중 길옆 습지에는 물이 얕게 흐르고 수생식물들이 조금씩 보였다. 두 발로 뛰어 봤더니 습지 특유의 푹신푹신한 이탄층이었다. 습지 생물과 식물이 자생하고 있을 거라는 기대만 남긴다. 내산지가 보인다. 1997년 농어촌 용수개발 사업 일환으로 완공한 인공호수다. 섬 지역임을 감안하면 꽤 넓은 호수다. 양옆으로 숲이 우거진 개울에는 차가운 물이 흘러 발을 담그기에는 금상첨화 같다. 본격적인 도로 구간이다. 서식 환경이 좋아지면서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많이 서식한다. 나비생태공원은 나비의 생장 과정을 주요 테마로 만든 국내 최초의 공원이다. 하늘에서 봤을 때 남해군 지형이 나비와 닮은 데서 붙여진 이름인 거 같다. 면적 1965㎡에 달하는 나비생태관과 165㎡의 애벌레 관을 비롯해, 동물체험장을 갖추고 있다. 알에서 성충까지 2%의 생존율을 가진 나비의 한살이를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람흔적미술관 앞이다. 바람흔적 미술관은 설치미술가 최영호 작가가 바람개비를 주제로 만든 미술관이다. 합천 1호에 이어 이곳이 2호라고 한다. 입체 공간, 조각공원으로 무인 운영되며 입장료와 대관료는 없으며 센 날 일제히 돌아가는 바람개비가 장관을 이룬다. ‘고향의 강’이라는 애칭이 있는 ‘화천’을 따라 내려간다는 바래길은 이곳에서 봉화마을까지 들길과 물길을 따라간다. 일반사람들이 걷는 길 도로도 같은 방향으로 나 있다. 많은 참새 떼가 하늘로 솟구쳤다. 이 참새들은 봉화마을을 거쳐 독일마을로 올라가는 것 같다. 당시 우리 광부들과 간호사들은 독일 지하 막장에 들어가 무연탄을 캐거나 병원의 간호업무를 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였고. 그들은 현지에서 생활비만 쓰고 고국으로 송금했고 그 돈이 조국 근대화의 밑거름이 되었고, 은퇴한 뒤 남해에 독일 향수를 담아 마을을 이루고 정착했다.
섬노래길 8코스
‘섬 노래길’은 이 코스에 있는 망산·남망산 정상에서 바다에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어 그렇게 부른다. 남해 바래길 중 ‘별 5개’로 가장 난도가 높다. 천하마을(1.4km)-송정해변(1.6km)-망산 전망대(2.3km)-길 잃은 새 북항(1.3km)-남망산 전망대(1.4km)-미조남항(2.6km)-설리 해변(2.5km)-송정해변(1.4km)-천하마을. 총거리 14.5km, 걷는 시간 6시간 30분 내외, 난이도 별 5개. 바래길이 주로 높낮이 없는 해안을 걷는 것이라는 개념이 있어 작은 산이라도 약간 긴장이 된다. 그래봤자 해발 286m에 불과한 망산인데, 숨차다” 지친 소리가 난다. 망산에서의 남해전망이 아름답다. 남망산에서 펼쳐지는 섬들의 잔치는 명불허전 너무 좋다. 남해 최대 미항 미조항을 거친다. 비조는 미륵(彌勒)이 도왔다는 뜻의 항구로, ‘미륵이 도왔다고 할 만큼 아름다운 항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바다가 남·북으로 열려 있어 수산물과 어족자원이 풍부한 건 당연하지만, 사람과 동식물이 함께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바다 연안은 여기가 천국이다. 실제 남해 최고 미조항은 1971년 국가 어항으로 지정돼 어업 전진의 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설리 스카이웨이에서는 우리의 민속놀이 그네를 응용한 고공 그네타기를 경험할 수 있고, 송정∼살리긴 농어촌도로를 따라간다. 도로 옆 주행이라 차량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이 도로를 따라 2시간 정도 계속 걸어가면 국도 19호선·3호선의 끝인 미조항에 닿는다. 고개를 넘어 도로를 벗어나 송정 솔바람해수욕장으로 들어간다. ‘꿈꾸는 솔숲, 넉넉한 바다 품으로∼’ 도 교육청 학생교육원 남해분원 입구에 걸린 글귀가 인상적이다. 과거 학교였으나 지금은 학생교육원으로 변모했다. 길은 학생교육원과 공군 생환 훈련장 사이로 나 있다. 공군 생환 훈련장은 전투기 조종사들이 비상시 탈출해 바다나 육지에 고립됐을 때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한다. 송정솔바람해변의 장막이 열린다. 푸르고 맑은 바다, 소나무 숲, 시원한 바람, 푸른 하늘을 나르는 갈매기…. 상주은모래비치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해수욕장 중간에서 마을을 관통해 올라 19번 도로를 건넌 뒤 별마루펜션을 지나 곧장 1.5㎞ 거리의 망산으로 치오른다. 중간 고갯마루는 송남리 미주리 초전리 설리를 가르는 곳. 출발 1시간 20분 만에 망산 정상에 도착한다. 거제 한산도에 망산이 있고 남해 가천에도 망산이 있는 것은 왜군들의 노략질 때문이다. 왜군들이 바다로 스멀스멀 기어들어 와 호시탐탐 해안마을 사람들을 괴롭혀 이들의 동태를 살피고 망을 봐야 했기에 망산이 많아졌다. 정상의 봉수대도 같은 이유에서 생겼다. 봉수대 방호벽 연대 연조 건물지 등이 남아 있으나 석축이 크게 무너져 형체가 70% 정도는 사라졌다. 조선 전기 중종(1506∼1544년)에 설치된 미조항 진의 권 설 봉수(자체봉수) 역할을 했다. 남 양쪽에서 우거진 울창한 숲, 풀잎 빗방울이 목덜미를 적신다. 군부대 시설 앞을 지나는데 CCTV를 보고 있었는지 갑자기 군인이 나타나 취재팀에게 사진 촬영금지 등 제약을 했다. 임도를 만나면 줄곧 편안한 내리막길이다. 미조중학교 앞을 내려간다. 중학교를 새로 지으면서 산허리에 있다. 아름다운 미조항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전하기로는 부처님이 남해에 수행을 왔다가 물이 불어서 오도 가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가 되자 부처님 앞의 마을 앞섬 하나가 자진해서 엎드려 디딤돌이 돼줬다. 미륵을 또 운 디딤돌 그것이 미조다. 미륵이 도왔다는 사동형도 있어 어느 것이 정설인지는 알 수 없다. 정오께 항구 국도 3호선 19호선 출발점 바로 옆 생태적 가치가 높은 미조리 상록수림을 만난다. 사계절 잎이 푸른 나무의 숲, 바닷가 언덕의 경사면에 암벽 노출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방풍 역할도 한다. 지역의 대표적인 상록수림으로 1962년 천연기념물 29호로 지정됐다. 지금은 상록수뿐만 아니라 낙엽활엽수도 많아졌다. 숲의 가장 윗부분은 낙엽활엽수 느티나무 팽나무, 아래쪽은 상록수인 후박나무 육박나무 생달나무가 있다. 전체적으로 돈나무 메밀 잣나무 말채나무 어죽 굴피나무 졸참나무 누리장나무 초피나무 붉나무 예덕나무 조축 싸리 도깨비고비 등 이름이 고상한 나무와 식물들이 즐비하다. 식물학 연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숲이 울창해지면 마을에 인재가 나온다는 전설이 있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남망산으로 가던 도중 만나는 미조돌창고는 남해지역 특유의 유산이다. 남해대교가 놓이기 전 육지로부터 건축자재 조달이 쉽지 않아 산이나 바닷가에서 자체적으로 구해 집을 지었다. 주민들은 그렇게 돌이나 바위로 함께 마을 창고를 짓고 농산물을 보관하는 등 공동으로 사용했다. 지금은 본래의 용도에서 밀려나 카페나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곳은 폐쇄돼 있으나 남해 삼동면 시문마을 시문돌창고(1960년대)서면 대정리 대정돌창고(1920년)가 유명하다. . 왼쪽 죽암도를 시작으로 오른쪽으로 조도 호도가, 중간중간에 쌀섬 목과도 소목과도 고도 등이 펼쳐진다. 남산망에서 볼 수 있다. 조도와 호도가 유인도, 나머지 14개 섬은 무인도이다. 반대편에 내려다보이는 미조 남·북항이 뚜렷하다. 먼 과거 하나로 연결돼 있던 곳인데 퇴적물이 쌓이고 쌓여 육지가 되면서 가옥들이 들어섰고 오늘날 분리가 됐다고 한다. 팔랑마을을 지나 설리해수욕장 설리마을로 향한다. 해수욕장 모래가 ‘하얀 눈같이 깨끗하다’고 해서 ‘설리’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얻었다. 밤섬과 띠섬이 파도를 막아주는 천연의 평화로운 도원으로,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출발 5시간이 지난 시각, 더위와 갈증, 된오름길 삼중고의 주행 끝에 설리스카이웨이가 보인다. 19번도로를 따라 30분을 더 진행해 천하마을로 마무리 한다.